중국자동차공업학회 신에너지차 로드맵
2035년 하이브리드차 전기차로만 절반씩
수소차도 100만대 보급키로
시진핑 `206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친환경 행보 본격화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332] 중국의 친환경차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에는 유럽 미국 일본에 비해 한참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산업 대전환기를 맞아 중국 정부가 친환경차에는 인센티브를, 내연기관차에는 불이익을 주는 등 친환경차 굴기에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이미 중국은 자동차산업의 미래로 불리는 전기차 시장에서 강자로 평가받는다. 2019년 기준 글로벌 30대 전기차 제조업체 중에서 중국 기업은 18개로 1위다. 이어 미국과 독일이 3개, 프랑스와 일본이 2개, 한국과 인도가 각각 1개씩이다. 회사 순위에서 미국 회사인 테슬라가 압도적인 1위지만 10위권 이내에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 4개가 포함돼 있다.
지난 2019년 4월 상하이모터쇼에서 중국 BYD가 전기차 E-Seed GT 컨셉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자동차공업학회는 '신에너지 차량 기술 로드맵 2.0'을 발표하면서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시대를 좀 더 앞당기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중국이 2035년부터 가솔린과 디젤 등 화석연료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고 친환경차만 팔겠다는 파격적인 방안이 담겼다. 이번 로드맵은 중국 자동차업계를 감독하는 공업정보화부 지도를 받아 작성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 차원의 장기 자동차산업 발전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드맵은 중국 자동차산업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 탄소배출량이 2028년 정점을 찍고 2035년에는 정점 때 대비 8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처럼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비중을 현재의 5% 수준에서 2035년까지 80%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내연기관차 중에서는 엔전과 전기모터를 함께 이용하는 하이브리드카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 2035년에는 하이브리드카가 아닌 순수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2035년 신차 판매는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방식 차량 비중이 각각 50%가 되도록 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전기차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글로벌 전기차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 CNBC는 "지금은 미국의 테슬라가 전기차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전기차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중국 정부 정책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0% 중국산 테슬라 '모델3'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전기차 부품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테슬라뿐 아니라 폭스바겐과 GM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기업이 전기차 부품을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원료는 생산량 중 8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특히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도 내연기관차 퇴출을 추진하고 있어 글로벌 전기차시장은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2025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독일이 2030년, 영국이 2035년, 프랑스와 싱가포르 등이 2040년이면 내연기관차 판매를 모두 중단한다. 지난 9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035년까지 주 내에서 모든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해 미국 내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베이징 모터쇼에서 선보인 전기차 브랜드 니오(NIO)의 스포츠카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중국은 '신에너지 차량 기술 로드맵 2.0'에서 수소차 보급량을 2035년까지 100만대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상당 부분 확보한 전기차에 비해 중국의 수소차 수준은 아직 한국이나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뒤처진 상태다. 중국 정부는 수소차 핵심 인프라 시설인 충전소를 대폭 확대하는 등 수소차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이 이렇게 공격적인 자동차산업 로드맵을 내놓은 배경에는 지난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유엔총회 연설이 자리 잡고 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이 정점을 찍고 2060년 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탄소 중립은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으로서는 파격적인 약속을 내놓은 셈이다.
만약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전략이 탄탄대로를 걷게 되면 중국은 친환경차 패권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환경 이슈를 주도할 수 있는 여건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탈퇴하는 등 환경문제에서 국제사회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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